연재物 ^ 소설 썸네일형 리스트형 방장 명초의 비밀 - 소설^토정비결(中-15) 공주 고청봉의 용화사에서는 마침 방장 명초의 설법이 열리고 있었다. 수좌 여남은 명, 그리고 그 뒤로 신도 몇이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정휴는 설법이 열리고 있는 법당의 문을 열었다. 설법을 하던 명초와 법당에 들어서던 정휴의 시선이 잠시 마주쳤다. 정휴는 합장을 하고 삼배를 올렸다. 정휴를 잠깐 돌아본 명초는 설법을 계속해 나갔다. "환신(幻身)이 나고 죽는 것을 따라 옮겨다니는 것이 사람의 한 평생이라. 평생 싸움질만 하다 가는 것 같소이다. 업은 끈질기게 나를 따라오고 나는 악착같이 도망치려 하고…잘들 있으시오. 내가 죽은 뒤에 요란하게 장사를 치르거나 세속에서 하는 대로 예를 갖추지 말아주시오. 슬피 울며 눈물을 흘리거나 남의 조문을 받아서도 안 되오. 그런 사람은 내 제자가.. 더보기 화담의 임종 - 소설^토정비결(上-14) 정휴는 봉선사에서 지함을 이별한 뒤 곧장 금강산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봉선사를 떠나면서부터는 낮에 대로를 걷기도 힘들었다. 곳곳에서 유림(儒林)들이 진을 치고 앉아 지나가는 승려를 잡아다가 몰매를 주거나 아예 종으로 잡아가는 경우가 있었던 것이다. 태조 이성계를 이은 그의 후손들은 억불숭유(抑佛崇儒) 정책을 써 불교에 대해 극심한 탄압을 일삼았다. 유림이나 관헌들은 불교를 사교(邪敎)로 단정하여 닥치는 대로 사찰을 불태우고 불상을 파괴했다. 승려는 노소를 막론하고 강제 환속을 시킴으로써 불교의 씨를 말리려고까지 하였다. 이렇게 불교를 탄압했던 것은 이성계의 반역 행위를 고려의 국교였던 불교계에서는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성계가 정치 이념으로 유교를 내세워 신봉하고 장려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칼이 불.. 더보기 삼월 삼짇날 - 소설^토정비결(上-13) 지함과 박지화는 화담산방으로 화담을 모시러 갔다. 화담은 산방 처마 밑을 유심히 쳐다보는 중이었다. 벌써 제비가 날아와 부지런히 흙과 지푸라기를 물어다가 집을 짓고 있었다. "생각도 없는 저런 미물들이 때를 알고 제 집을 찾아드니 신기하지 않은가." 삼월 삼짇날, 어느새 봄이었다. 화담계곡의 얼음도 모두 풀려 잔잔한 물소리가 산방을 그윽하게 두르고 있었다. 산 아래쪽의 나뭇가지들은 새 잎을 틔우고 부지런히 물을 빨아올리며 긴긴 겨울의 잔해를 털어버리고 여린 연두빛으로 서서히 물들어가고 있었다. "선생님. 그만 떠나시지요. 부지런히 걸어야 내일 해지기 전에 한양에 도착할 텐데요." "재촉하지 말게. 떠날 때가 되면 다 떠나게 되어 있는 게 인생 아닌가. 자네는 준비를 다 했는가?" "준비라고 특별히 한 것.. 더보기 빛을 잃은 태사성(泰史星) - 소설^토정비결(上-12) 유난히 밝은 별빛이 화담계곡의 휜 굽이로 쏟아져내렸다. 얼음이 풀리기엔 겨울의 꼬리가 너무 길었다. 얼음장 밑으로 끈질기게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깊은 밤속으로 흘러들었다. 정월 보름이 얼마 남지 않은 달은 점점 제 속살을 채워올리며 둥글게 익어가는 중이었다. "아!" 계곡의 널찍한 바위에 앉아서 몇 시간째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던 지함의 입에서 나즈막한 탄성이 흘러나왔다. 밤하늘을 보면 볼수록 지함은 이제까지 알아왔던 모든 것들이 바람에 휘날리는 먼지처럼 보잘 것 없이 저 막막한 하늘 속으로 흩어져버리는 느낌이었다. 화담에게 천문(天文)을 배운 이후로 지함은 늘상 밤이면 짐승들의 처량한 울음소리만 들려오는 계곡에서 밤이슬을 맞으며 하늘을 보고 또 보았다. 그동안 지함이 확실하게 깨달은 것이 있다면 인간의 왜.. 더보기 일시무시일(一始無始一) - 소설^토정비결(上-11)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내여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론님 오신 날 밤이여거든 구뷔구뷔 펴리라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001936 황진이 서화담 아무 일 없었을까? 오 마이 섹스3 - "나는 프리섹스를 원한다" www.ohmynews.com 화담 계곡에 가을이 깊었다. 지함이 화담산방에 입문한 지도 어느덧 반 년이 되었다. 물은 더욱 짙은 청색으로 바뀌어 차가워지기 시작했고 산방 앞의 은행나무도 서늘한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누렇게 물든 잎을 안타깝게 떨구고 있었다. 강의를 듣고 산을 내려올 때면 이른 어둠이 송악산 계곡에 밀려오곤 했다. 은행나무에 잎이 한두 개 외로이 남아 있을 즈음이었다. 공부를.. 더보기 화담 산방-소설^토정비결(上-10) 송도에도 비가 내렸는지 연록색 잎을 펼치기 시작하는 나무들이 한결 싱그러워 보였다. 고려 왕조 475년의 도읍이었던 송도에 이제 옛 영화의 흔적은 자취도 없었다. 과거는 그렇게 아무런 흔적도 없이 흘러가버리는 듯이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도 나무는 자라고 꽃은 피고 있었다. 고려의 나무로도, 조선의 꽃으로도 구분되지 않고 언제나 한 얼굴을 하고서. 보는 사람만이, 볼 수 있는 사람만이 조금 볼 수 있을 뿐 고려가 있던 그 자리에서 이제 조선의 역사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송도는 더이상 고려의 수도가 아니었다. 송도 사람들은 한때 영화롭던 도읍지였다는 사실에 자위를 하기도 했지만 그것은 오히려 열등감만 부추길 뿐이었다. 그러나 민이와 명세의 죽음이 지함의 삶 전체를 변화시켰듯, 쇠락한 듯 보이는 송도도 옛시절.. 더보기 민이의 죽음-소설^토정비결(上-9) 세월은 그야말로 흐르는 물이었다. 어느새 봄이었다. 몇 년 만에 오는 가회동은 개나리와 진달래 꽃더미에 파묻혀 혹 무릉도원이 아닌지 다시 한번 주위를 돌아볼 정도였다. 형 지번은 청풍 군수가 되어 임지로 떠나 있고 가회동 집은 형수와 조카 산해가 지키고 있었다. 나지막한 옆집 담장 너머로 개나리 가지가 휘어져 있고 그 틈으로 어린 율곡이 책 읽는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군데군데 흙이 내려앉은 담장은 빈한한 살림살이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는데 그나마 화사한 개나리 꽃더미가 있어 애처로움을 덜어주고 있었다. 지함은 대문을 밀다 말고 옆집 율곡의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대문을 두드리자 하인이 문을 열어주었다. 안으로 들어서니 사랑에서 글을 읽고 있던 율곡이 벌써 알아차리고 반색을 했다. 율곡을 가르치고 있.. 더보기 도가(道家) 입문-소설^토정비결(上-8) youtu.be/Y-OQVRhMqPc?t=15 이튿날, 정휴는 봉선사를 떠나기로 했다. 그 언젠가 한양으로 떠나는 안명세를 정휴와 지함이 배웅했듯이 이번에는 정염과 지함이 정휴를 배웅했다. 아직 동도 트기 전인 이른 새벽이었다. 새벽송 치는 소리에 벌써부터 눈을 뜨고 있던 정휴는 아침 공양을 기다릴 것도 없이 부랴부랴 길을 떠나겠다고 결심했던 것이다. 정휴가 지함의 방에서 번민으로 밤을 지새는 동안, 지함은 정염의 방에서 무슨 얘기를 나누는지 새벽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정휴는 안명세가 한양으로 떠난 이후 그 빈자리를 자신이 대신하고 있다는 생각에 은밀한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출가한 몸으로 기방에 들어 지함의 수수께끼 같은 말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도 그런 기쁨이 있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그런데 지함은 .. 더보기 이전 1 ··· 4 5 6 7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