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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物 ^ 소설

토정의 난 - 소설^토정비결(下-32)

지함 일행은 안성을 지나 충청도의 특산물을 거두어들인 뒤에

곧바로 전라도 땅으로 들어갔다.
금산에 가서는 육 년근 홍삼을 있는 대로 사고,
전주에 가서는 질 좋은 한지를 모조리 샀다.
지함은 한지 가운데에 질이 낮은 것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서민들 자제의 책이나 문에 바르는 창호지는
생활에 필수적인 것이므로 남겨둔 것이었다.
지함은 물산을 구하는 대로 현지에서 사람을 사서
나귀나 소가 끄는 달구지를 구해 용인 안 진사집 창고로 실어 올려보냈다.
정휴와 남궁두는 이 일에 대해 깊이 묻지 않고
지함이 하자는 대로 따르기만 했다.

정휴와 남궁두가 하는 일은 지함이 구입한 물산을

용인으로 보내는 일이었다.

사람을 구할 때는 반드시 사주를 보았으며
일단 사람이 정해지면 노자와 품삯을 넉넉히 주어 보냈다.

어떤 경우에는 떠나는 날짜까지 잡아주기도 했다.
그러던 중 마침 전주를 뜨려 할 때

전주 목사 윤형진이 지함을 초청하여 연회를 베풀었다.

윤형진은 지리산 산천재에 줄을 대고 있으면서

조정 소식을 훤히 듣고 있는 관리로,

지함을 잘 알고 있었다.
"어서 오시오. 소문을 듣고 초청한 것이오."
"무슨 소문을 들으셨소?"
"선생께서 운수를 아주 잘 뽑는다고 합디다."
"목사께서는 그런 뜬소문에 귀가 밝으시군요.

그런 헛소문에 귀 기울이지 마시고 백성들의 목소리에나
귀를 기울이시지요."
지함은 몇 년째 계속되고 있는 기근에

배가 고파 아우성치는 백성을 두고 이른 말이었다.

목사의 낯빛이 금세 틀어졌다.
"여기 모인 선비들 운수나 한번 쭈욱 뽑아보시오."
목사의 목소리에 약간 엄한 기운이 실려 있었다.
그렇게 하라는 명령이었다.

이번에는 지함의 심사가 뒤틀렸다.
"목사님부터 봐드리리다."
목사 윤형진이 붓을 들어 자기 사주를 척 휘둘러 썼다.

그걸 한참 들여다보던 지함이 그를 보고 냅다 소리질렀다.
"사람 죽이는 데 맛들리셨소?"
"무슨 말이오?"
"올 들어 벌써 셋이나 죽이셨구려."
"그거야 죄인이니까 친 것이지 사사로이 그리 한 것은 아니오."
"사사롭든 공사롭든 목사께서 목을 치라고 해서 쳤으면 목사가 죽인 것이오."
"···"
"아이는 왜 그리 많으시오?

정실에서 다섯,
첩에게서 셋, 종에게서 둘,

여기에서 하나,

저기에서 하나, 또 저기에서 둘.

벌써 열넷이고 해마다 하나 둘씩 더 쏟아져서

장차 스물은 넘겠소이다.

굶는 백성이 허다한데

이 많은 자식을 어떻게 먹여 살릴 작정이시오?

여자는 그대가 밟고 지나가는 징검다리가 아니올시다."
"그만두시오!"
목사 윤형진이 버럭 소리를 지르면서 인상을 찌푸렸다.
"뭐, 저리 무례한 사람이 다 있어?

어느 안전이라고 감히…"
목사가 분이 나서 씩씩거리자 좌중이 일제히 지함을 비난하였다.

그러나 목사를 아는 사람들은 내심 크게 탄복하고 있었다.

지함의 말이 한 치도 틀리지 않는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분위기가 틀어지자 관기들이 서둘러 가야금을 뜯고
눈치빠른 관기 하나가 목청을 돋구어 소리를 했다.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에 둘에 내어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얼은 님 오신 날
구비구비 펴리라

 

황진이가 송도에서 읊었다는 시가 전주에까지 퍼져 있었다.
그때 누군가 지함의 등을 툭 쳤다.
"아니, 유수 어른!"
면앙정 송순이었다.

그는 임꺽정에게 송도를 빼앗긴 죄로 귀양을 살고 있었다.
"자네, 그만 일어나세."
송순은 지함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칠순을 한 해 앞둔 송순은 머리가 거의 희끗희끗해져 있었다.

노시인의 풍모가 많이 사그라들어 일견 초췌해 보이기까지 했다.
송순은 비록 전주 목사의 연회에 합석하기는 했으나
귀양살이 몸이라 잔뜩 주눅이 들어 있었다.

그러던 차에 지함을 발견한 그는 분위기가 좋지 않게
돌아가자 지함을 끌고 나선 것이었다.
송순은 길을 재촉해 담양에 있는 면앙정으로 향했다.
"어쩌자고 그러는가?

향리에서는 관헌이 으뜸 권세가인데,

목이 두 개라도 되는가?"
"걱정없습니다."
"일단 별일 없이 넘어가서 한숨은 돌렸네만,

젊은 혈기를 너무 함부로 쓰지 말게."
"기를 잘 쓰는 것이 도에 이르는 길입니다.

제 기는 사람을 죽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살리기도 합니다."
"여하튼 반갑네.

그나저나 늘그막에 얻은 벼슬마저 제대로 지키지 못 했으니

이제 나는 면앙정에서 그저 술이나 마시고

시나 지으면서 여생을 보내야 할까보네.

내 나이 벌써 고희가 눈앞이라네.

이제는 죽을 날만 기다리는 행시(行屍)지 뭐겠나?"
"아닙니다.

제가 대부인 회갑연에서 유수님의 운수를 다시 짚어보았는데

귀양 생활은 잠시일 뿐입니다. 곧 운수가 크게 열립니다.

여기는 잠시 쉬는 곳으로 아십시오.

행시라는 것은 더더구나 당찮은 말씀입니다.

앞으로도 이십 년이 넘도록

어떤 십간 십이지도 유수님을 해치지 못할 것입니다."
"예끼, 이 사람아.

늙은이를 아주 놀리고 있구먼.
지금도 덤으로 사는 것이나 마찬가진데 앞으로 이십 년을 넘게 더 살다니…

그러면 내 나이 아흔이 되네.
난 아흔까지 사는 사람은 말만 들었지 보질 못했네."
"이제 직접 겪게 되십니다."
"그나저나 내가 워낙 시를 좋아하여

쓸 만한 후학을 한 명 불러놓았는데 벌써 당도해 있을 것일세.

함께 시나 읊고 자연이나 감상하세."
지함 일행은 해 안에 면앙정에 이르렀다.

임실, 남원, 순창을 지나 담양의 면앙정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송순이 얘기한

정철(鄭澈)이라는 젊은이가 당도해 있었다.
"내가 이 사람에게 송강(松江)이라는 호를 지어주었다네."
스물여섯 살의 정철은 총기가 있어 보였다.
안명세의 특정기 사건의 빌미가 되었던 사화에서
정철의 부친도 강원도 창평으로 유배를 당하여

그는 어린 시절을 자연 속에서 보냈다고 했다.
"그래서 자연을 보는 눈이 남달리 순하고 깨끗하다네.

이 사람의 부친과 나는 이전부터 알고 지냈지."
정철은

요절한 인종의 귀인이 된 맏누이와

계림군 유의 부인이 된 둘째누이 덕으로

어려서부터 궁중에 자주 출입하여

일찍부터 벼슬길에 눈을 뜨고 있었다.
인종이 죽으면서 한때 평창으로 유배되었던 정철의 가족은

명종과 다시 신뢰를 회복하여 한양으로 올라가 있었다.
그의 부친이 안명세와 불운을 같이 했다는 것으로
지함은 정철에게 남다른 정을 느꼈다.
지함은 바로 정철의 운수를 짚었다.

그는 내년에 있을 과거에서

장원 급제할 만큼 시험운이 강하게 뻗쳐 있었다.

그 뒤로도 대체로 벼슬자리를 계속 차지하긴 하지만

자주 유배되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그 유배 덕분에

정사를 쉬고 걸출한 시작(詩作)을 많이 남기게 될 운수였다.
이튿날,

지함 일행이 면앙정을 떠나려 할 때 전주 목사가 보낸 파발이 달려왔다.
송순이 서찰을 펴들었다.

- 황해 괴수 임꺽정,

평산 민가 30여채 불태우고 수많은 인명 살상

서찰을 보고 난 송순은 지함에게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 선비,

임꺽정이란 놈이 난은 일으켰으나 성공하지는 못할 터,

언제까지 발흥할 것 같은가?"
"올해를 넘기지 못할 것입니다."
지함은 송순의 물음에 침통하게 대답하고는

하늘을 우러러보며 짧게 한숨을 토했다.
"어르신, 그만 떠나겠습니다."
지함은 서둘러 송순을 작별하고,

정휴와 남궁두를 재촉해 면앙정을 빠져나왔다.
"선생님,

전우치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정휴가 걱정스런 눈으로 지함을 올려다보면서 물었다.
백성을 위한다고 난을 일으킨 임꺽정이

민가를 불태우고 무고한 백성까지 죽였다면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음에 틀림없었다.

임꺽정의 세력이 아직 완전히 꺾이지는 않았으나

관군이 그들을 소탕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지금,

역적 임꺽정 무리의 군사(軍師) 노릇을 하고 있는

전우치의 목숨은 풍전등화나 마찬가지 신세였다.
지함은 면앙정을 벗어나자마자,

남궁두에게 당장 송도로 올라가 전우치를 찾으라고 일렀다.
"내 말대로 했다면 전우치는

지금 임꺽정의 무리에서 빠져나와 화담 산방에 있을 것이네.

자네가 가서 데려와 용인 안 진사 댁에 머물도록 하게.
조심해야 하네."
남궁두는 황급히 송도로 달음질했다.
지함은 남궁두를 올려보낸 뒤에는 전우치 걱정을
한번도 하지 않았다.

믿는 것이 따로 있는 듯했다.
지함과 정휴는 영광으로 가서

물좋은 굴비를 골라 있는 대로 사모아,

역시 용인으로 올려보냈다.
그리고는 영광에서 함평을 지나 강진 쪽으로 길을 잡았다.
강진에 잠깐 들른 두 사람은 분청사기와 백자를 사들였다.

 

그런 다음 지함은 강진의 해안선을 따라 일일이 걸어다니며 지리를 살폈다.
"이곳 강진에 병마절도사가 있으니 지리를 좀 살펴보려는 것일세.

두륜산에도 잠시 들러볼 일이 있네."
두륜산이라면 정휴도 알고 있었다.

화담 일행을 밤새 기다렸던 곳이었다.
남해 바다 다도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두륜산 줄기 끝자락에 대흥사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지함이 절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곳은 무정이,

'내가 죽으면 가사와 바리때를 그곳으로 보낼 작정입니다.

병란에 삼재가 들어도 끄떡 안할 곳은 조선 팔도 중에 오직 그곳뿐입니다'
이렇게 말한 곳이라네."
지함과 정휴는 대흥사 경내로 들어가 젊은 중이 끓여주는 차를 얻어 마셨다.
"차맛이 좀 특별합니다."
정휴가 찻잔을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젊은 중이 찻물을 더 따라주면서 재차 권했다.
"스님께선 법호가…?"
지함이 그렇게 묻자 젊은 중은 활짝 웃으면서 대답했다.
"초전(草田)이라고 합니다."
"풀밭?

고상한 말로 법호를 짓는 관례를 따르지 않았군요."
정휴는 두 잔을 연거푸 마시고는 정신이 어찔어찔해지는 걸 느꼈다.

지함은 워낙 조금씩 찻물을 입에 물어서

그때까지도 한 잔을 다 마시지 않고 있었다.
"몸이 가라앉는 것 같습니다.

도대체 무슨 차길래…?"
정휴는 정신이 몽롱해져 고개를 세차게 흔들면서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제서야 초전이라는 젊은 중이 내막을 털어놓았다.
"제가 이 나라에서 영 끊기고 만

다도(茶道)를 일으키고자 여러 가지 시험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찻잎을 특성에 따라 나누고,

배합하는 요령을 익히다가 좀 별난 차도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같은 산승이 차를 마시는 것은

정기를 돋우고 수행 정진할 발심을 크게 하려는 것이므로

약(藥)으로 여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생각을 맑게 하는 약이 좋은 차지요.
지금 두 분이 마시는 차에는

여독을 가라앉혀 풀어내는 약성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몸이 나른해지면서 피가 가라앉는 느낌이 들 것입니다.
기분도 썩 좋아질 것입니다만

너무 자주 마시면 좋지 않은 게 흠입니다.

걱정 마시고 마음껏 드십시오."
그제서야 정휴는 긴장을 풀고

찻잔을 한잔 들어 한 입에 툭 털어마셨다.

역시 기분이 날아갈 듯 유쾌해졌다.

여독이 찻물에 녹아드는 것 같았다.
"기를 마시는 일을 다도로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소이다."
지함이 초전을 긍정하였다.
"그러시다면

두 분께 다선(茶仙) 한 분을 소개해 올리지요.

이 골짜기를 조금 올라가면 나이가 지긋하신 노인 한 분 살고 계십니다.

한번 꼭 만나보십시오."
"어떤 분이시오?"
"차로 기를 다스리는 분이올시다. 그

분은 사람을 마음대로 부리신답니다."
흥미가 바짝 당긴 지함과 정휴는 초전이 가리키는 대로 골짜기를 올라갔다.

과연 수염이 허연 노인이 초가에 앉아 있었다.
"초전 스님이 보내서 온 객입니다."
노인이 물끄러미 지함을 올려다보았다.

그러고 나서 정휴를 찬찬히 뜯어보았다.
"차 한 잔 마시겠소?"
"감히 청하겠습니다."
지함이 공손하게 예를 갖추자 노인은 다기를 꺼내어 차를 달였다.
찻물이 끓는 동안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찻물 끓는 소리만 바글거리며 침묵을 흔들었다.
노인이 차를 한 잔씩 따랐다.
"이걸 마셔보시오."
지함과 정휴는 초전가 따라주는 차를 받아 마셨다.
"형님, 기분이 좋아집니다."
"글쎄, 나도 그러네.

이게 무슨 차입니까?"
"내가 여러 가지 약초를 시험하여 차로 개발한 것이오.

이번에는 이 차를 맛보시오.

조금만 드리리다."
노인은 조금씩 차를 따랐다.
"응?"
지함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노인이 껄껄 웃었다.
"색기가 동하실 거요.

허허허."
"저희들 육신을 마음대로 움직이시는군요."
"마음대로는 아니지만 조금은 움직입니다.

이치로 음양오행이 나는 것입니다.

내가 만든 차를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

슬퍼지기도 하고,
초조해지기도 하고,

용기 백배하기도 합니다.

사람의 감정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입니다."
"차가 어떻게 작용을 하는 것입니까?"
"사람이 천간지지를 받아 이루어졌으니,

그것을 조절하면 영 다른 사람으로 만들 수도 있는 법이라오."
"기를 바꾸는 것입니까?"
"그렇소이다.

내 차를 마시면 기를 바꾸어 드릴 수가 있소."
"사람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소이다."
"그렇다면 저를 시험해보십시오."
그러자 노인은 여러 가지 차를 골고루 넣고 달이더니

조금씩 찻잔에 따라서 지함에게 주었다.
지함은 노인이 주는 차를 유심히 들여다보고는 조금씩 마셨다.

지함의 얼굴빛은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자세 하나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노인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차를 조금씩 더 따랐다.

그러나 역시 지함은 아무런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마침내 노인은 다기를 내려놓더니 지함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지함은 여전히 아무런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오.

내 차를 마시고도 그대처럼 변화가 없는 사람은 처음 보았소."
"제가 조금 치기를 부렸습니다.

차맛에 따라 제 몸의 기를 스스로 조절하여 차를 중화시켰습니다."
"허!"
노인이 입을 떡 벌리면서 놀랐다.
"그대의 이름이 무엇이오?"
"이지함이라고 합니다."
"내가 그대에게 줄 책이 있소.

내가 죽을 날이 머지 않아서

그렇지 않아도 내가 개발한 다도를 전할 사람을 찾고 있었소.

그대라면 다도를 잘 쓸 수 있을 것이오."
노인은 궤짝을 열더니 책을 한 권 꺼냈다.
"이 책에는 우리나라에서 나는 차를 소상히 설명했고,

귀한 약초의 약성까지 적혀 있소.

어떻게 차를 달이는가,

어떤 차를 어떻게 만드는가도 적혀 있소.

이 책을 잘 쓰면

누구나 선인이 될 수 있고,
의원이 될 수 있을 것이오."
지함은 노인에게 정중하게 절을 하고 나서 그 책을 받았다.

<다선기(茶仙記)>였다.
하룻밤을 대흥사에서 묵은 지함과 정휴는

이튿날 완도로 건너가 질 좋은 김을 거두어 용인으로 올려보냈다.

그러고 나서 완도에서 나룻배를 타고는 제주로 향했다.
지함은 나룻배 한 척을 얻어

네 귀퉁이에 구멍을 막은 큰 바가지를 주렁주렁 달았다.

바가지가 워낙 물에 잘 떠서

웬만한 풍랑에는 배가 끄떡없이 잘 견뎠다.

 

제주도에 도착한 지함 일행은 제주 목사를 찾아갔다.

제주 목사 김철순은

지함과 어려서부터 알고 지내온 사이였다.

형 지번이 이조에 출입할 때 가회동 집에 몇 차례 들른 적이 있었고,

그때 서로 인사가 있었다.
지함이 동헌에 들어섰을 때

뜰에는 포승에 묶인 중이 무릎이 꿇고 앉아 있었고,

제주 목사 김철순이 소리를 빽빽 지르면서 단죄를 하고 있었다.
"네 죄를 네가 알렷다!"
명종이 들어서기 전에 중이란 종이나 노비보다 더 못한 신분이었다.

그러나 명종이 왕위를 받으면서부터,

더 정확하게는 윤원형 일파가 을사사화의 피씻음을 하고 나서부터는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이 사화를 도운 사람들이 누구인가.

바로 중, 백정 같은 천민들었다.
이때 등장한 인물이 중 보우(普雨)였다.

이를 배경으로 문정왕후는 불교를 진흥하기 시작했다.
선대의 정책과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명종이 즉위한 지 여섯 해 만인 신해년(辛亥년, 1551)

그동안 완전히 폐지되었던 선교(禪敎) 양종(兩宗)을 다시 두었다.

이 일이 있자 홍문관과 성균관의 유생들은 연일 반대 상소를 올렸다.
그러나

문정왕후는 이에 전혀 흔들리지 않고

보우를 판선종사 도대선사(判禪宗事 都大禪師)로 임명하였다.
선과(禪科)가 다시 설치되어 중들도 과거 시험을 보기 시작했으며

그동안 발급이 금지되었던 도첩이 일제히 발급되었다.

이때 무정은 과거에 합격하여 대선(大選)이 되었고

정휴도 도첩이나마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몇 년 뒤부터는 승려의 잡역이 완전히 금지되어
불교로서는 조선 개국 이래

비로소 마음 놓고 수도에 전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럴수록 유생들의 반발은 더욱 심해져

승 보우를 죽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하늘을 뒤덮었다.
그런데 제주에서는 목사 김철순이

중을 하나 붙잡아 동헌 뜰에 무릎 꿇리고 호통을 치고 있는 참이었다.
"시절이 바뀌었다고 하니 제 세상을 만난 듯 날뛰는구나.

한양 하늘에서는 아무리 승 보우가 조정을 좌지우지한다고 하지만

이곳 제주에서는 어림없는 일이다.

게다가 가짜 중놈이

감히 양반가 내당을 몰래 드나들며 아녀자들을 겁탈해?"
김철순의 목소리는 추상 같았다.
이윽고 김철순은 벌떡 일어나더니 냅다 소리를 질렀다.
"저 요망한 가짜 중놈의 모가지를 당장 베어라!"
이미 대기하고 있었던 듯

망나니가 목사의 명이 떨어지기 무섭게 달려나왔다.

그러고는 몇 번 칼을 휘두르는 척하다가 이내 중의 목을 잘라버렸다.

 

포졸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시신을 끌고 사라졌다.
중의 시신이 관정에서 끌려나가자,

지함은 김철순에게 다가갔다.

김철순도 그제서야 지함을 알아보고 반색을 했다.
"어서 오게나.

서찰은 벌써 받아서 준비를 해두었네.

그런데 이 중은?"
김철순이 날카로운 눈초리로 정휴를 바라보았다.
"화담 산방에 함께 있던 학인입니다."
"소승 자성입니다."
정휴가 목사에게 합장을 하면서 법명을 말했다.
"흠. 좋지 않은 때 오셨구려.

한양에서 요승(妖僧) 보우가 왕후의 신임을 얻어 세력을 키우니까,

제주에서는

도첩도 제대로 받지 못한 가짜 중놈이
양반가 아녀자들을 유혹해

도의를 땅에 떨어뜨리고 있다오.

그래서 내가 직접 다스렸소."
"목사 어른,

배멀미가 심하여 일차 문안부터 드리려고 왔던 것이니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지함이 정휴의 눈빛을 보더니 서둘러 발길을 돌렸다.
"그러게.

배를 안 타본 사람이니 멀미도 있을 걸세."
지함과 정휴는 동헌을 나섰다.
"정휴,

저분이 성품이 대쪽 같아서 좋고 싫은 내색이 분명해서 그렇지,

함부로 사람을 죽이는 분이 아니네.

한 쪽에서 세력을 키우면 그 세력을 믿고
망둥이처럼 뛰는 자들이 있게 마련…

자, 가서 쉬세."
"형님, 이곳의 지기가 어떻습니까?

아주 살기가 흐르는 것 같습니다."
"그런가?

이곳의 이름은 원래 탐라(耽羅)인데,

고 부(良高夫) 세 사람이

처음에 탐진(耽津)이라는 나루에 닿았고

그 뒤 신라(新羅)에 조공을 바쳤기 때문에

탐진에서 탐을 따고 신라에서 라를 따서 붙여진 이름이라네.

이때부터 이 섬의 운명도 기구하여

백제와 신라의 눈치를 보아가며 조공을 바치곤 했지.
고려조에는 원(元)이 이곳을 차지하고 말을 놓아 길렀는데,

말을 기르는 원의 목동들이 얼마나 포악한지

이곳 백성들 죽이는 것을 짐승 죽이는 것쯤으로 여겼다네.

심지어는 조정에서 보내는 관헌까지 때려죽였다네.

또 삼별초가 마지막으로 항거하다가 멸살당한 곳이라서 그런지

유난히 죽음이 많은 곳이 되고 말았다네.

한라산이 조선 제이의 산이니 그만한 기개가 있는데도 말일세."
"기는 넘치는데 갇혀 있는 형국이군요."
"그렇지. 물에 갇혀 있는 것이지.

자, 나는 제주를 좀 살펴보아야겠네."
지함은 제주를 두루두루 유람하면서

지리를 살피고 물산을 알아보았다.

지함은 그저 제주도를 여기저기 살피면서 돌아다닐 뿐

다른 일은 전혀 하지 않았다.
정휴 또한 별달리 일거리가 없었다.

목사 김철순이 좋은 말총을 모두 거두어주는 덕분에

정휴는 어부를 사서 그 물건들을 찾아다가 배에 싣기만 하면 되었다.
그런 다음 지함 일행은

다시 제주를 떠나 아산  앞바다로 들어갔다.
지함 일행이 아산에 도착한 때는 한겨울이었다.
아산 부두에 흰눈이 펄펄 내리는 가운데 싣고 온 말총을 내려놓고,

달구지를 수소문했다.

지함은 그곳에서

정휴와 말총 실은 달구지를 안 진사 집으로 올려보내고는

경상도쪽으로 발길을 잡았다.

 

지함은 정휴와 헤어진 지 한달 만에야 안 진사의 집으로 돌아왔다.

설을 며칠 앞둔 때였다.

그를 따라온 달구지에는 숯가마가 스무 개나 실려 있었다.

 

"아니, 무슨 숯을 이렇게 많이 사들였나?

숯도 값이 나가는가?"
"아무렴요.

한양에서는 양반들이

관악산, 도봉산, 북한산, 산이란 산은 죄다 사들이거나 빼앗아서
땔나무값을 올려놓고 있답니다.

그러니 숯값이 비싸지 않겠습니까?

숯이야 양반들이나 쓰는 것이니 제가 일부러 사모았습니다."
"그래도…"
안 진사는 그래도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함은 숯가마를 내려 역시 창고에 차곡차곡 쌓아두도록 했다.

그러고는 그 가운데 맨 밑에 있던 숯가마 한 개를 사랑방으로 옮겼다.

안 진사가 따라오며 의아한 눈초리로 지함이 하는 양을 지켜보았다.
사랑에 들어선 지함은

안 진사, 정휴, 남궁두가 보는 데서 가마니를 열었다.

가마니 속에서는

옥, 금, 은, 그리고 이름 모를 보석들이 번쩍거리고 있었다.
"숯은 위장이었구만."
"예, 그렇습니다.

왜관에 가서 해상무역을 하는 왜인에게서 사들였습니다.

주상에게 가는 왜왕의 진상품도 그들의 손으로 거래된다 하니

필시 우리나라에서 쓰일 보석도 그들이 대는 것입니다.
웬만한 것은 다 사들였으니 더 들어오는 물건은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인들에게 거금을 주고 이것들을 샀겠군."
"아닙니다.

그들이 필요한 물건을 구해다주고 바꾸었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도자기와 책, 문방구였습니다.

 

그게 왜인들이 제일 좋아하는 것으로 보석만큼이나 값이 나가더군요."

"허허."
안진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지함의 지혜에 탄복했다.
"금이라든가 은은

경상도 금광에서 막 제련한 것을 사들인 것입니다.

경상도에 있는 금광을 모두 돌았으니

아마도 당분간은 저자거리에서

구경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어떠십니까?

제가 하는 일이 재미나시지요?"
"웬걸. 재미가 나는 게 아니라 겁이 나네.

자넨 손이 너무 커.

내가 따라갈 수 없을 정도야."
잠시 후 사랑방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문을 열고 들어선 사람은 남궁두와 전우치였다.

오래 전부터 이미 안 진사의 집에 몸을 의탁하고 있던 두 사람은
잠시 외출하였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지함은 전우치를 보자 말을 잃고 천정을 올려다보았다.

지함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이고 있었다.
"선생님, 다시 뵙게 되어 다행입니다."
전우치도 눈물을 흘리면서 스승에게 넙죽 엎드려 큰절을 올렸다.
일행이 정좌하고 앉자 지함이 남궁두에게 그동안 겪은 일을 물었다.
"전우치 이 사람은 선생님의 말씀대로 화담 산방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수월하게 찾아 함께 올 수 있었습니다."
남궁두가 송도에 도착한 것은 면앙정을 떠난 지 보름 만이었다.

지함이 노잣돈을 두둑히 주어

역마다 말을 바꾸어타면서 달린 덕분에

그렇게 빨리 갈 수 있었던 것이다.
남궁두가 송도에 닿는 대로 화담 산방에 가니
전우치는 그곳에 몸을 의탁하고 있었다.

신유년 가을이 되면 임꺽정의 무리에서 빠져나와

화담 산방에 은둔해 있으라고 지함이 미리 일러두었던 것이다.
"임꺽정이 떠나는 자네를 붙잡지는 않던가?"
지함이 전우치에게 물었다.
"그는 얼마 전부터 주변 사람의 충고나 의견은 듣지 않고 자기

고집대로 밀고 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던 차에 제가 떠나겠노라고 하니까

오히려 시원하다는 눈치였습니다.

그래도 섭섭한 마음은 있었는지
약탈해온 금은붙이를 한 보따리 챙겨주더군요.

물건들은

저도 임꺽정의 흉내를 내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지요."
"어떻던가?

자네가 임꺽정의 군사 노릇을 했다는 소문이 송도에 돌던가?"
"아는 사람은 몇 안 됩니다.

선생님의 말씀대로 제 이름을 철저히 숨겨왔습니다."
"잘했네.

그 어려운 일을 오차가 조금도 없이 잘 해낸 자네가 장하이."
지함이 전우치의 손을 맞잡으며 말했다.
남궁두와 전우치는 화담 산방에서 만나자마자

길로 송도를 빠져나와 곧바로 용인 안 진사댁으로 내려온 것이었다.
지함과 정휴, 전우치, 남궁두 이렇게 네 사람은
오랜만에 한자리에 앉아 마음껏 술을 마시면서 임꺽정에 관해 이야기했다.
"지금이야말로 임꺽정에게 전우치의 도움이 필요할 시기가 아닙니까?

이 중요한 때에 왜 군사를 그만두라고 하셨습니까?"
정휴가 짐작은 하면서도 한편으로 궁금증이 생겨 물었다.
"임꺽정은 의기는 있으나 미래를 생각할 줄 모르는 사람일세.

앞으로 얼마 더 버티지 못하네.

전우치가 아니라

세상에서 병법에 제일 뛰어나다고 하는 사람이
그를 돕더라도 마찬가지일세."
"왜 그렇습니까?"
"하늘이 그렇게 정했기 때문이라네.

인간의 힘으로는 어쩌지 못하는 것일세."
"그래서 전우치를 미리 빼내신 거로군요."
"임꺽정의 무리가 패배를 눈앞에 두고 있는 위급한 때 빠져나오면

혹 그자들의 손에 죽게 될지도 모르는 터,

그래서 이쯤 해서 미리 나오라 한 것이네.

그렇지 않으면 관군의 손에 붙들려 참수를 당할지도 모르고…"
난이 성공하지 못하면

임꺽정은 죄를 논할 필요도 없이 참수형으로 벌할 것이 뻔했다.

결국 목이 잘려 종로 네거리의 높다란 장대에 걸릴 것이다.

전우치도 그의 군사였던 만큼

그와 운명을 같이 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러한 사지(死地)를 벗어나

스승과 함께 술을 마시고 있는 것이었다.
"이제 내가 할 일은 분명해졌네."
지함이 정휴에게 말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제 조선 백성을 구하는 길은 역성 혁명이 아니라는 게 밝혀졌네.

그렇다면 나는 천기(天機)를 밝혀 눈 밝은 도인들의 지혜를 모으겠네."
"천기를 밝히시겠다구요?"
"그렇다네.

한양에 올라가면 만백성을 두루 만나 이것저것 시험도 하고,

이야기를 들어서 천기를 밝히는 책을 짓도록 하겠네.

<홍연진결>에서 화담 선생님이 부촉하신 일이기도 하네.

<홍연진결>과 <신서비해>을 보았으니

내가 지을 책도 대략 골격을 갖춘 셈이네."
지함은 그간의 노정을 정리하면서

정휴, 남궁두, 전우치, 안 진사와 함께 밤이 늦도록 술에 취했다.
네 사람이 회포를 풀고 난 다음날 아침,

안 진사가 지함을 찾았다.
"여보게, 큰일났네.

자네가 사보낸 것들이 모두 값이 폭등해서 한양에서는 난리가 났다네.

당장에라도 밤과 대추는 올려보내세.

설 차례상을 못 차린다고 야단들이라네.
이제서 밤을 심어 딸 수도 없는 노릇이고,
조정에서조차 도대체 밤과 대추가 누구의 손에 있길래
이토록 구경도 하기 힘드느냐고 난리라네.
용인현에서도 몇 차례 여기를 다녀갔네만

내가 따돌려놓기는 했네.

대추, 밤 값이 열 배나 뛰었다네."
"예, 그러지요.

제사를 지내지 못하게 해서는 안 되지요.

내일이라도 당장 사람들을 올려보내렵니다.
먼저 양반들이 가는 시장에 풀고

그 다음에 가격이 떨어지거든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곳의 시장으로 보내지요.

다른 것은 어떤가요?"
"마찬가지라네.

망건 값도 폭등해서 열 배가 아니라 스무 배는 주어야 한다네.

다 양반들이 쓰는 것이니 부르는 게 값이라고들 아우성이라네."
"그러면 말총은 조금 더 있다가 팔지요.

대신에 망건 만드는 장인들을 불러

망건을 만들어놓도록 해야겠습니다.

종이는 어떻습니까?"
"그것도 난리네.

서원마다 발을 동동 구르고 양반네들이 더 난리지.

그것도 다섯 배가 올랐다고 하는데

워낙 물량이 달려서 더 오를 기세라네.

자네가 이렇게 엄청난 일을 만들 줄은 몰랐네.

자네 말대로 난리가 난 것일세."
"백성들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됩니다.

우선 서당같이 어린 아이들이 공부하는 곳에서는

종이를 써야 할 터이니 그런 곳은 원래 값으로 팔고

나머지는 그대로 더 두겠습니다.
아직 닥나무가 자라려면 일 년은 더 있어야 하니까요.

먹지 못해 떠도는 유민이 얼만데

잠시 글 한줄 못 쓴다고 사람이 죽기까지야 하겠습니까?"
"알았네.

나도 장사에는 꽤 이골이 났다고 생각했었는데 자네에게는 두 손 들었네.

자네가 떠난 지 한 달은 되어서야 그 이치를 깨달았다네.

조선은
동쪽, 남쪽, 서쪽이 바다로 막혀 나가고 들어오는 게 없고

그나마 북쪽은 여진족이 출몰하여 통로를 막고 있으니

자연 이 땅 안에서 생겨난 물산은

이 땅 안에서 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하지만 이런 상술을 더 부려서는 안 됩니다.

이런 매점매석은 저로서 끝을 맺고

정당한 상업을 일으켜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물산이 너무 한쪽에만 막혀 있어
한번 뚫어보고자 시험해본 것일 뿐입니다.

어르신께서 모르시지 않는 방법을 제가 무슨 특별한 상술인 양
써먹는 것이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물산이 활발히 돌아다녀 필요한 사람에게

바로바로 공급되도록 하는 것이 상인이 해야 할 일입니다."
"그래도 특산물을 이렇게 잘 유통시키면

고을마다 특성이 살아나지 않겠나?

지금은 물산이 아무리 많이 나더라도

사가는 사람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네.
그래서

해안가에서는 물고기가 썩어 밭에 거름으로 내놓지만

내륙에서는 그런 고기가 있는 줄도 모른다네.

그런 유통을 시험한 것으로 여기세."
지함은 다음 날부터 설에 쓸 제수용 과일만을
서울로 올려보내 시장에 내다팔았다.

제수용 과일이 나왔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장안에 퍼져나갔고,

가지고 올라간 과일은 한나절도 못 돼서 다 팔렸다.

열 배의 순이익을 올리고서.
지함 일행은 모두 안 진사 집에서 함께 겨울을 났다.

설을 보내고 봄이 되기까지 정휴를 비롯한
제자들은 지함으로부터 강의를 받았다.

안 진사가 특별히 내어준 방에서

정휴와 남궁두, 전우치는 열심히 지함의 강의에 귀를 기울였다.
이 겨울이 세 제자에게는 더없이 중요한 시기가 되었던 것이다.

낮밤을 가리지 않고 가르치고 배우는 가운데 그 방에서는

조선과 중국이 마구 난도질 당하고 세상 일이 모두 논의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