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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物 ^ 소설

李 춘향아 놀자!(2) - 방자 가라사대 ^ 사랑의 시작은 곧 사랑의 완성이라!

 

 

“꽃은 여그 있는데 나비는 어디서 뭘 허는 것이여?”
“니가 꽃이 어쩌구 물이 어쩌구 했잖이여.

연방죽이 딱 꽃 피고 물 있는 디잖이여.”
“그 도령, 쉬운 말도 참 어렵게 알아묵는구만.”

 

“나비가 쪼깐 덜 된 애벌레라서 그랴.

다른 디 가지 말고 여그 있어라잉.

내 얼른 가서 되련님 모시고 올게.”

 

방자는 부리나케 몽룡이 있는 연방죽 쪽으로 뛰어갔것다.

몽룡은 몽룡대로 볼이 잔뜩 부은 채 방자를 보자마자 골을 냈것다.

 

“춘향이를 만들고 있었느냐?”

“아따,

고새 또 토라졌구만.

춘향이를 만들라믄 늙은 월매하고 배를 맞춰야 되는디,

나는 그런 밑지는 장사 안 허우.

난 아직 팔팔한 씹팔 세유.”

 

 

“얘, 춘향아!

내가 너를 만나려고 아버지가 남원 고을 부사로 오게 되었나보다.

 

더구나

책방 방자로 네 소꿉동무 고두쇠가 들어와 나랑 너를 이렇게 연결까지 시켜주니

이게 다 예삿일이 아니구나.

이게 삼생의 인연 아니고 무엇이겠느냐!”

 

몽룡은 신이 나서 마구 떠들어댔다.

춘향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몽룡과 인연은 인연인 것 같은데 철들고 난 뒤

이렇게 사내와 단 둘이 있어 본 적이 없어 얼떨떨하기만 했다.

 

소꿉동무 고두쇠하고도 향단이 없인 따로 본 적이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 처음 본 몽룡은 자기 손을 쥐고서 좋아하며 어쩔 줄을 몰라 한다.

춘향이가 슬며시 손을 뺐다.

몽룡이 잠깐 머뭇거리는가 싶더니 다시 손을 쥐었다.

“남녀 칠 세엔 부동석이지만 남녀 십육 세면 지남철이라,

처녀총각 제 짝 찾아 만나면 저절로 붙게 되어 있느니라.

 

너도 시경을 읽어 알겠지만

물새는 암컷 수컷 서로 불러 짝을 지어 물가에서 놀고

요조숙녀는 군자의 좋은 짝이라 했다.

 

이제 드디어 평생 그리던 내 짝을 만났구나.

더구나 우리는 삼생의 인연으로 만나지 않았느냐.

그러니까 가만히 있으려므나…….”

몽룡은 춘향의 손을 더 꽉 쥐었다.

춘향은 뭔가에 홀린 듯했지만 제 스스로는

몸도 가누지 못할 만큼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만 같아

손을 몽룡에게 맡긴 채 엉거주춤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춘향은 몽롱한 채 그대로 있고,

몽룡은 먹잇감을 보고 입 터진 제비 새끼들 지져대듯이 마구 재잘거렸것다.

 

“춘향아,

오늘 우리가 드디어 만나 상견례를 하였으니

내일 또 만나 맷돌처럼 아주 한 짝이 되자꾸나.

 

오늘은 사람들 이목도 있고,

마땅한 자리도 찾기 어려우니 내일 내가 너의 집으로 가마.”

 

춘향이 움찔했다.

몽룡이 진도를 마구 빼는 것 같아서였다.

“그건 좀 어렵겠습니다.

과년한 처자 집에 점잖으신 사또 자제께서 왕림하시면 좋지 않은 소문이 나유.”

 

“그건 걱정 마라.

방자하고 같이 다니면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춘향은 더 이상 대꾸할 말이 입 밖에 나오지를 않았다.

연등 불빛 아래 드러난 몽룡은 이목구비 수려하고 키도 길고,

미끄러운 한양 도령이 싫을 이유가 없었다.

 

더구나 남원 땅을 다스리는 사또의 자제가 아닌가.

하지만 이럴 땐 어찌해야 하는지 정말이지 잘 모르겠다.

 

자신만 남겨 놓고 사라진 고두쇠와 향단이가 은근슬쩍 고맙기까지 했다.

향단이 손목을 잡고 사라진 방자는 향단이와

함께 절 뒤켠에 있는 요사채 곁의 우물가로 갔다.

 

방자는 석탑 앞을 지날 때 만복사 부처님과 윷놀이 비슷한 내기를 해서

탑돌이 하고 있는 귀신 처녀일망정 색시감을 얻어냈다는 양생이라는 총각이 떠올랐다.

 

부처님은 없는 색시도 만들어 주는데 자신은 이미 색시감이 있다.

 

그렇다면?

부처님께 조만간에 향단이와 결혼할 수 있게만 해달라고 빌면 그만이다.

 

나중에 색시가 귀신으로 밝혀졌을 때 양생은 얼마나 황당했을까?

그래도 양생은 지조를 지켜 그 처녀만을 그리며 지리산으로 들어가 평생 홀로 살았다지.

 

거기에 비하면 향단이는 귀신이 아니어서

생이별을 할 리도 없어 자신 홀로 지리산으로 떠날 일은 없으리.

우물가엔 벌써 여러 남녀가 쌍을 이루어 저마다 다정스레 속삭이고 있었다.

요사채 뜰에 앉아 있는 이들도 있었고 우물가 담에 기대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정월 대보름 밤과 함께 오늘 밤도 청춘 남녀에겐 다시없이 좋은 밤이다.

 

그간 먼발치에서만 바라보며 서로 애태우던 것을 떠나 내놓고 만날 수 있는 날이 아닌가.

방자와 향단이는 그들 사이에서 엉거주춤 있다가 다시 법당 뒤쪽으로 갔다.

법당 뒤 섬돌에 걸터앉은 방자가 향단이를 곁에 끌어 앉히며 웃었것다.

 

“헤헤,

우리가 이러고 여그 떡하니 앉아 있으믄

법당 부처님하고 같은 급으로 앉아 있는 셈이네.”

 

매거진 > 독서 > 5. 남녀 십육 세 지남철 (slj.co.kr)

 

매거진 > 독서 > 5. 남녀 십육 세 지남철

[여럿이 함께] 5. 남녀 십육 세 지남철 <학교도서관저널 , 2010년 07+08월호> 12-03-07 21:47 방자가 춘향이와 향단이를 발견하고 몽룡에게 그 사실을 알리자 몽룡은 좋아 어찌할 바를 모르는구나. 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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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이가 내 죄수다!

나를 사랑에 빠뜨린,

사랑의 죄수!”

 

“허, 중증이구만!”
“뭔 말이여?”
“고치기 어렵다는 말이우.”
“무얼?”
“되련님 병.”

“내가 뭔 병이 걸렸다고?”
“눈에서 콩깍지 떼어내야 할 병.”
“내 눈에 뭔 콩깍지가 씌었다고?”
“그러지 않고선 이럴 리 없제.”
둘은 그림을 두고 한참을 옥신각신했것다.

 

그림의 먹물이 마르자 몽룡은 그림을 두 번 세 번 잘 접어 품안에 넣는구나.
“그걸 뭐 품에 넣기까지 허유?”
“춘향이를 잡으러 가야 하니까.”

“춘향이 얼굴은 내가 눈 감고도 알아볼 수 있소.”
“그건 네 사정이고.”
“되련님 사정은 뭔데?”
“이 얼굴 그림에 사랑의 맹서도 적고 내 청춘의 다짐도 달은 뒤

수결까지 놓아 가보로 두고두고 물려줄 테야.”

 

 

“춘향이가 싫다면?”

“싫을 리가 있나.”
“춘향이 코가 얼마나 높은디.”
“그래봐야 눈 아래 코다.”

 

“콧대는 눈퉁이보다 더 튀어나와서 훨씬 더 높은디.”
“맞는 말이야.

그렇게 높은 콧대라서 방자보다는 몽룡이를 택했겠지!”

 

매거진 > 독서 > 6. 새끼 사또가 방자 모시고 왔다 (slj.co.kr)

 

매거진 > 독서 > 6. 새끼 사또가 방자 모시고 왔다

[여럿이 함께] 6. 새끼 사또가 방자 모시고 왔다 <학교도서관저널 , 2010년 09월호> 12-03-04 18:33 만복사에서 춘향이를 만나고 온 몽룡은 몸과 마음 모두 흥분 상태에 빠져 도무지 잠을 이룰 수 없었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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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룡이 『금병매』를 따로 챙기자

금방까지 다소곳이 있던 춘향이 얼른 손을 뻗어 책을 뺏는다.
춘향이 당황스러워하는 몽룡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이 책 내용을 정말 몰라서 그러십니까?”
“책 이름은 들어 보았지만 실물은 처음 보느니라.

무슨 책이냐?”

 

“남녀상열지사를 다룬 것이라

내놓고 말을 달기가 몹시 거시기한 책입니다…….”

 

“방자 왈,

거시기는 귀신도 모른다 그러던데,

귀신도 모르는 거시기한 책을 보았단 말이지?

 

그렇다면 더 잘되었구나.

우리 같은 청춘 남녀가 귀신도 모르게 알아야 할 게

바로 서로 같이 기뻐하는 남녀상열 아니겠느냐?

 

아무튼 남녀상열지사라 하면

그 옛날 고려 왕조 때 「쌍화점」이나
「서경별곡」 따위의 노래가 유명했다는데 지금은 금지곡 아니더냐?

 

그런데

『금병매』가 그런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란 말이지?”

 

 

음화인가 걸작인가, 『금병매』 - 제주를 여는 창! 제이누리 (jnuri.net)

 

음화인가 걸작인가, 『금병매』 - 제주를 여는 창! 제이누리

『금병매金甁梅』는 중국 고대 가정생활을 제재로 한 장편소설이다. 소설은 북송北宋 시기 윤리가 무너진 배경아래 욕망이 넘쳐나는 어두운 사회 현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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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상열지사이긴 해도 그런 노래 같은 것은 아닙니다.

이야기가 훨씬 길고 우리나라 것도 아니고요.”

 

“아무튼 내가 네 덕분에 좋은 책을 하나 더 알게 되어 고맙구나.

 

예로부터 책을 읽는 까닭은

의 내용을 본받아 구체적으로 실행을 해보자는 것이니라.

 

마침 오늘 우리가 만났으니 네가 읽은 책을 바탕으로

남자인 몽룡과 여자인 춘향이 서로 어울려

기쁜 열자로 마구마구 열나게 상열해 보자꾸나!”

몽룡은

방자한테 들은 대로 기회 보아 혀를 써서 진도를 빼고

마침내 나머지 몸을 써 보고 싶어 안달이 났것다.

 

춘향은 어이가 없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로다.

 

마침 밖에서 문고리 기척이 나더니 월매가 들어오는데,

꽤나 긴장한 거동이렷다.

 

“아까는 몰라보고 이 늙은 년이 귀하신 도련님께 주둥아리 함부로 놀렸습니다.

모르고 그런 것인께 너그러이 용서해주시지요.”

 

“그런 땐 그렇게 거침없이 시원하게 말하는 것이 나는 훨씬 더 좋소!”

 

 

 

“춘향아,

사랑을 뭐라고 생각하느냐?”
춘향이 몽룡의 뜬금없는 물음에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한다.

 

“내 읽은 경서엔 사랑이 뭔지 도대체 안 나온다.

네 읽은 『금병매』에는 사랑이 뭔지 나왔을 것 아니냐.

한번 일러 보거라.”

춘향이 뭐라 할 말이 있겠는가.

이런 땐 그저 묵묵부답이 최고의 대답이리라.

그러자 몽룡이 다시 나서는데.

 

“네가 말하기가 몹시 쑥스러운 모양이구나.

그렇다면 내가 사랑이 뭔지 공부한 대로 일러보마.”
몽룡은 다리를 고쳐 앉은 뒤 노래를 불러 본다.

사랑사랑 내사랑아
어화둥둥 내사랑아
어린너는 여자되고
어린나는 남자됐네
너는나서 계집녀자
나는나서 아들자자
계집녀에 아들자가
찰떡처럼 붙고보니
좋을호자 아니겠냐
사랑사랑 내사랑아
어화둥둥 내사랑아
오늘저녁 우리둘이
좋을호자 만든다네
이리오렴 춘향이야
내가갈까 춘향이야
어서어서 불도끄고
좋을호자 만들어서
백년사랑 천년사랑
만리장성 쌓아보자

“춘향아, 어떻느냐?

인제 사랑이 뭔지 조금 손에 잡히느냐?

하늘은 높디높고 땅은 가없이 길다.

 

사내 대장부 마음도 높디높고 끝없이 길단다.

바닷물이 다 말라 소금꽃이 피고 갈대 흔들던 바람

천코 그물에 다 걸릴 때까지 몽룡은 춘향을 사랑할지어다.

 

춘향아,

이래도 내 마음을 모르겠느냐?”

춘향은 몽룡의 다짐에 가슴이 더 벌떡거리고 이젠 턱마저 덜덜 떨린다.

 

춘향이 달리 할 말도 없고 손도 무색하여

몽룡이 그린 그림을 고이 접어 윗목에 밀쳐 놓았다.

 

조용히 움직이는 몸짓 손길 하나 기품이 묻어났다.

그런 춘향을 몽룡이 가만두고 보기만 하겠는가.

 

마침내 몽룡은 자기 말마따나 아들 자(子)와 계집 녀(女)가

서로 얽히어 좋을 호(好) 자를 만들기 위해 촛불을 훅 불어 끄고

춘향을 아랫목 요 위로 끌고 갔것다.

 

 

마침내 둘은 어찌어찌하여,

위로 벗었는지 아래로 벗었는지 모르지만,

몸을 싸고 있는 껍질은 죄다 벗겨내고서

일단 한 겹 홑이불 속으로 뛰어들어 갔것다.

 

이젠 몽룡이

방자한테 들은 대로 혓바닥을 말하는 데 쓰지 않고

다른 데에 한번 써볼 차례이렷다.

 

근데 그것도 어찌 써야 하는지 몰랐다.

그저 상황이 닥치면 어떻게 되겠지 막연히 생각했을 뿐인데

실전에 드니 난감하기 짝이 없구나.

 

평평하던 홑이불 아래로 사람이 둘이나 들어갔으니

방바닥에 갑자기 하얀 바위 덩이가 솟아오른 것 같다.

어쩌면 둥근 무덤 같기도 하렷다.

 

몽룡은 이런저런 생각없이

그저 손길 가는 대로 혀가 미끄러지는 대로 홑이불 아래서 헤엄쳐 다녔것다.

춘향이 몸도 처음엔 굳어 있는 성싶더니 역시 뜨거운 피가 흐르는 몸둥이인지라

금세 노골노골 흐느적거리기 시작한다.

 

알 수 없는 조홧속이렷다.
그래서 먼저 춘향이 내는 소리를 들어보는데.

“아이참,

거긴==============안, 돼유, 안, 돼유-----돼유--------간지럽단께유ㅋ
ㅋㅋ***************************히잉·························
·············헉!!!!!!!!!!!!!!!!!!!!!!!!!!!!!!!!! 나 몰라잉++++++++++++++
향단아,

어디 갔어????????????????????? 나 물 좀 아잉^^^^^^^^^^^^^^^^^^^^^^^^^^^^으짤라고
~~~~~~~~~~~~~~~~~~~~~~~~~.”
춘향이 내는 소리 차츰 마굿간 말의 말을 닮아 간다.

 

 

매거진 > 독서 > 7. 좋을 호(好) 자 만든 사랑 (slj.co.kr)

 

매거진 > 독서 > 7. 좋을 호(好) 자 만든 사랑

[여럿이 함께] 7. 좋을 호(好) 자 만든 사랑 <학교도서관저널 , 2010년 10월호> 12-03-03 17:04 버선발로 뜰에 나온 춘향은 몽룡을 보자 황당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였것다. 춘향이 미처 뭐라말을 건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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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룡은 책을 펼치면 춘향이 얼굴이 떠오르고

잠을 자려고 눈을 감으면 춘향이 속살이 떠올라 미칠 것만 같았다.

 

그렇다고 책방에서 글 읽는 소리가 나지 않으면

그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을 것 같아 억지로 책을 읊어대는 것도 못할 짓이었다.

“방자야,

네가 내 대신 책 좀 읽어라.”

 

“일 없소이다.

참말로 웃겨.

춘향이랑 노는 일은 넘 못 시키면서

책 읽는 일은 넘 시키려고 하는 맘보는 또 뭐유?”

 

“그야 내가 몸소 할 일,

남이 할 일이 따로 있어서지.”

 

“글 읽는 일도 넘이 할 일은 아닌께 되련님이 몸소 허시유.”

 

몽룡은 어찌할 수 없어 책을 펼쳐 놓고 글을 읽는구나.

하늘높이 날아오른
춘향계집 속곳치마
솟구친다 하늘하늘
하늘천자 땅거미가
어둑어둑 내려앉아
땅지자라 도령속이
검게타서 검을현자
얼굴까지 노래져서
누르황자 에이몰라
에이몰라 춘향이야

기껏 책 읽는다는 게 천자문을 읊고 있는데,

그것도 방자 자신이 읊던 것보다 더 엉터리다.

 

자,

기가 막혀 혀를 끌끌 찰 수밖에 없으니.

 

 

 

매거진 > 독서 > 8. 방자가 기가 막혀 (slj.co.kr)

 

매거진 > 독서 > 8. 방자가 기가 막혀

[여럿이 함께] 8. 방자가 기가 막혀 <학교도서관저널 , 2010년 11월호> 12-03-01 18:58 월매는 안방으로 건너갔지만 여름 홑이불 얇은 막 사이로 새어나와 창호지 문 너머로 건너오는 춘향이 방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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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룡은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으나

자신의 힘으론 이 상황을 되돌릴 수가 없어

그저 눈물만 주루룩 흘릴 뿐이었다.

 

춘향이는

손에 끼고 있던 옥가락지를 빼 몽룡에게 건네주는구나.

 

“도련님도 춘향이가 생각날 때마다 이 가락지를 보세유.

내 사랑은 도련님밖에 없어유.

죽을 때까지 도련님 곁에서 둥근 가락지매치로 빙빙 돌 거유.”

 

“고맙다, 춘향아.

우리 반드시 다시 만나 옛날 이야기하며 살자꾸나.”

밤은 깊어 인경 소리도 진즉 났는데 둘은 떨어질 줄 모른다.

그렇다고 이별을 안 할 수도 없으니,

새벽이 다 되도록 둘은 울며 훌쩍이며 밤을 꼴딱 새우는구나.

 

방자가 새벽같이 달려와 몽룡을 찾았다.

이제 정말로 이별을 할 시간이다.

 

사랑은 결국 눈물을 남기고 만 것이다.

 

둘이 이별을 하지 못하고 하도 섧게 우는지라 월매도 모진 말을 더 못하고
뒤돌아 옷고름으로 눈물을 찍어내며 긴 한숨을 토할 뿐이었다.

“어차피 갈라질 것,

인자 그만 울고 갈라지그라.

이러다 쓰러지믄 졸지에 송장 둘 칠 일 생기겄다.”

 

월매 말에 두 사람은 더 붙어 있지 못하고 갈라서는데,

방자도 향단이도 차마 이별 광경을 볼 수 없어

먼 산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매거진 > 독서 > 9. 사랑은 눈물의 씨앗 (slj.co.kr)

 

매거진 > 독서 > 9. 사랑은 눈물의 씨앗

[여럿이 함께] 9. 사랑은 눈물의 씨앗 <학교도서관저널 , 2010년 12월호> 12-02-27 22:31 그 사이 몽룡이와 춘향이 둘은 갈수록 사랑놀이의 기술이 늘어 이젠 거의 달인의 경지에 이르렀으니, 때는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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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학도가 사또로 부임하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은 기생 점고렷다.

 

춘향이 소문을 알고 있는 그.

끝내 춘향이가 안 나타나자 행패를 부리기 시작했것다.

 

기생 딸이면 저도 기생인데 일부종사 한다며

감히 사또 수청을 거부한 춘향을 잡아들여 옥에 가두었것다.

 

이어 춘향 어미 월매가 이 사또 시절에

환자로 꾸어간 관아 곡식을 세 배로 갚으라 하였으니,

이방들조차도 입을 짝 벌릴 수밖에.

 

월매는

새삼 사또가 바뀐 세월을 실감하며 춘향이 어릴 적 가지고 놀던 노리개는 물론

돈 될만한 세간을 모두 내다 팔아 환자를 정리하였것다.

수룡은 춘향이가 옥에 갇히자 기회는 이때다 싶어

재빠르게 옥으로 춘향이를 찾아갔것다.

춘향이를 보니 과연 듣던 바 그대로 절세 미인이었다.

옥살이를 하느라 얼굴은 수척해보였지만 그래서 더욱 기품 있는 자태가 빛나 보였다.

수룡은 춘향을 보자마자 건들거리며 말을 건넸다.
“네가 춘향이라는 기생이구나.

내 말만 잘 들으면 여기서 고생할 필요가 없다.

내 말 들을 테야?”
“기생?

어디서 굴러먹다 온 인간이기에 나를 그렇게 보는 것이유?”

“어? 너, 기생 맞는 거 아냐?”
춘향,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었것다.
“누군디 여그 와서 행패냐고?”
“나? 나를 아직 모르는구나.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사또 어르신의 큰 자제 되는 수룡이라고 한다.”
“사똔지 감똑인지 아들 한번 물짜게 싸질러 놓았구만.”
“뭐? 뭐라고?”

“나는 이녘 같은 종자하곤 대거리하기 싫은께 다른 디나 가보시오.”

 

춘향이에게 놀림을 받았다고 여긴 수룡은

옥졸을 다그쳐 춘향이를 옥방 문 앞까지 끌고 오게 하였것다.

 

막상 춘향이 얼굴을 더 가까이 보게 되자

음심이 작동하여 춘향이 손목을 슬며시 잡는데,

바로 그때 방자와 향단이 사식으로 넣어줄 음식을 가지고 왔것다.

방자가

옥졸에게 아는 체 인사를 하더니 바로 수룡을 째려보았것다.

 

“야, 인마 너, 뭣인디 춘향이를 희롱하는 것이여?”
곁에 있던 옥졸이 안절부절못하며 대신 대답했것다.
“방자야,

신관 사또 자제분이 춘향이 보려고 온 것이여.”

 

 

방자는 몽룡의 거지 차림을 보고 낙심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차림은 거지꼴이어도 혹시 몸속에 마패 같은 것 숨기지않았남?”
“과거도 떨어지고 집안도 다 망해 진짜 거지가 된 거야….
양반이 한번 잘못되면 더 못 쓰게 된다더니 내가 딱 그 짝이 됐어.”

 

그렇다 하더라도 방자는 몽룡의 말을 믿을 수 없어 몽룡의 옷을 뒤졌으나,

끝내 마패는 나오지 않았다.

 

방자는

그간 춘향이가 당한 일이며 자신이 당한 일들을 간단히 추려 몽룡에게 들려준 뒤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아이고,

암행어사라도 되어 나타날 줄 알았던 도령이 어사는커녕

과거급제도 못 하고 거지꼴로 나타났으니 춘향이도 인자 꼼짝없이 죽게 생겼구나.

 

우리 할머니는 나 때문에 죽고

춘향이는 도령 때문에 죽게 생겼으니 줄초상이 따로 없구만.”

 

몽룡은 방자가 춘향이 때문에 끌려가 매 맞은 일이며 매 맞고 돌아온 손자 때문에 할머니가 세상 뜬 연유를 듣자 더욱 비감한 마음이 들었지만 뭐라고 할 말이 없어 눈물만 주루룩 흘릴 뿐이었다.

장례 음식이지만 한 상 걸게 차려 내오자 몽룡은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후딱 먹어치웠것다.
방자는 그런 몽룡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향단이는 눈물만 훔치는구나.

그 무렵 옥중의 춘향이는 사또한테 닦달을 당하고 옥방 벽을 할퀴며 울음 울다 새벽녘에 살짝 잠이 들었것다. 꿈속에 몽룡이 준 거울로 얼굴을 고치다 떨어뜨렸는데 거울이 산산이 깨지고 마는구나. 춘향, 깜짝 놀라 정신을 차리고 보니 품안의 거울은 그대로인데 가슴 한쪽이 싸하구나.

 

 

매거진 > 독서 > [방자曰曰]10. 방자 가라사대 사랑의 시작은 곧 사랑의 완성이라 (slj.co.kr)

 

매거진 > 독서 > [방자曰曰]10. 방자 가라사대 사랑의 시작은 곧 사랑의 완성이라

[여럿이 함께] [방자曰曰]10. 방자 가라사대 사랑의 시작은 곧 사랑의 완성이라 <학교도서관저널 , 2011년 01+02월호> 12-03-14 22:27 한편 몽룡의 아버지 이사또가 동부승지 직을 명 받아 한양으로 간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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