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가 소^쟁기질을 하다 보면
땅이 뒤집히면서
땅속에 묻혀 있던 곡식 알갱이가 튀어나온다.
까마귀 떼들이 날아들어 고개를 숙이고
곡식 알갱이를 쪼아 먹는다.
소의 노동 덕분에 아무런 땀도 흘리지 않고
알갱이를 냠냠 쪼아먹다가,
배가 부르면 여기저기 날아다니면서
마음껏 놀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죽도록 고생한 소가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까마귀보다도 훨씬 못하다.
아니 뭐 이런 세상이 다 있어?
소는 그만 도분이 난다.
牛前仰而犁(우전앙이리)
소는 앞에서 머리 들고 밭을 갈고
鴉後俯而拾(아후부이습)
까마귀는 그 뒤에서 곡식을 쪼아 먹네
牛豈爲鴉耕(우기위아경)
소가 까마귀를 위해 밭갈이를 하랴마는
鴉因牛得粒(아인우득립)
까마귀는 소 덕분에 곡식을 먹는다네
農夫呞牛長苦飢(농부시우장고기)
농부는 소여물을 항상 배고프게 주니
不如鴉群飽食東西飛(불여아군포식동서비)
실컷 먹고 날아다니는 까마귀 떼만도 못해
https://news.imaeil.com/CultureAll/2020091711403857916
사신행(査愼行·1650~1727)이 살았던
청(淸)나라 초에도 사회모순이 아주 심각했던 모양이다.
가만히 살펴보면
우리 주위에도 탱자탱자 놀면서 '눈먼 돈'을 찾아다니는
까마귀 떼들이 대단히 많다.
당연히 소에게 지급해야 할 코로나 선별지원금마저도
까마귀 떼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냅다 가로챌까 걱정이다.
그런 일이 절대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청나라 때 지어진 이 작품이 오늘날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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