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의 노래[田家行], 서거정
田家田家樂未樂(전가전가락미락)
농가여, 농가여, 즐거운가, 즐겁지 못한가,
一家辛苦皆仰力(일가신고개앙력)
온 가족이 고생고생 농사에 힘을 다하네.
主翁白髮親扶犂(주옹백발친부려)
주인영감 흰머리로 몸소 쟁기질을 하고,
大兒小兒皆耕耨(대아소아개경누)
큰아들 작은아들 모두 논밭 갈고 김맨다.
去年種粟田力薄(거년종속전력박)
지난해엔 조를 심었지만 토질이 박해서,
充租納糶猶未足(충조납조유미족)
조세를 바치고 나니 빌린 곡식 상환에도 부족했지.
今年種秫因旱澇(금년종출인한로)
금년엔 찰기장을 심었지만 가뭄과 홍수로 인해,
一粒不收命如繰(일립부수명여조)
한 톨도 거두지 못하니 목숨이 실낱같구나.
南池菱芡猶未飽(남지릉감유미포)
남쪽 못의 연밥으로는 배를 못 채우는데,
昨夜府帖徵靑苗(작야부첩징청묘)
어젯밤에 공문이 와서 이른 세금[靑苗錢]을 징수하네.
欲向東隣賣黃犢(속향동린매항독)
동쪽 이웃에게 누렁송아지를 팔려고 하나,
黃犢背瘡蹄盡斲(황독배창제진착)
송아지의 등은 헐고 발굽은 다 깎였구나.
蹄盡斲可奈何(제진착가나하)
발굽이 다 깎여버렸으니 어찌한단 말인가,
門前催吏如火急(문전최리여화급)
문 앞에서 아전의 독촉은 불 같이 급하다네.
<田家行> 徐居正(1420∼1488, 四佳集)
생각하는 동물로서 인간은 시인을 닮고 싶어 한다.
그러나
우리는 시집을 읽기 보다는,
현금과 통장 잔고에 집착해야 살아갈 수가 있는
팍팍한 세상살이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사람이 산다는 것이 결국 돈의 힘으로 사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인간이 만물의 척도가 아니라
돈이 만물의 척도가 되고 있다.
돈이 우리를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그리고 돈이 말할 때 우리는 침묵해야 한다.
아마 돈은 모든 것을 장악하고 또 용서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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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라면 좋겠네
물이라면 혹시는 바람이라면
여윈 알몸을 가둔 옷
푸른빛이여 바다라면
바다의 한때나마 꿈일 수나마 있다면
가슴에 꽂히어 아프게 피 흐르다
굳어버린 네모의 붉은 표지여 네가 없다면
네가 없다면
아아 죽어도 좋겠네
재 되어 흩날리는 운명이라도 나는 좋겠네
캄캄한 밤에 그토록
새벽이 오길 애가 타도록
기다리던 눈들에 흘러 넘치는 맑은 눈물들에
보리타작하는 것을 보며[觀打麥], 이승소
麥壟秋生暑氣淸(맥롱추생서기청)
보리밭에 수확 철 되니 더운 기운 맑아지고,
黃雲割盡擔肩頳(황운할익부견정)
누렇게 익은 보리 베어 나르노라 어깨가 붉게 탔네.
已將棲畝如梁積(이장서무여량적)
밭에 있던 보리 날라다가 낟가리 쌓아놓고,
且復除場似掌平(차부제장이장평)
마당을 손바닥처럼 평평하게 쓸었다.
對立分曹皆袒裼(대립분조개단석)
편을 갈라 마주 선 사람 모두 웃통 벗고서는,
急呼齊擊太猩獰(급호제격태성녕)
소리치며 동작을 맞춰 힘차게 내려치네.
一年樂事君須記(일년락사군수기)
그대여 일 년간의 즐거운 일 모름지기 기억하라,
從此嘉生次第成(종차가생차제성)
이로부터 온갖 곡식 익어 차례로 풍년 되리.
<觀打麥> 李承召(1422~1484, 三灘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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