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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를 찾아서

한 잔 먹세 그려! 또 한 잔 먹세 그려! (松江)

將進酒辭  (鄭澈)

 

한 잔 먹세 그려 또 한 잔 먹세 그려
꽃 꺾어 산(算) 놓고 무진무진 먹세 그려

이 몸 죽은 후면 지게 위에 거적 덮어 줄이어 매어 가나

유소보장(流蘇寶張)에 만인이 울어 예나 어욱새 속새

떨갈나무 백양 숲에 가기곧 가면 누른해 흰달 가는비

굵은눈 소소리바람 불 제 뉘 한 잔 먹자 할꼬
하물며 무덤 위에 잿납이 휘파람 불 제야 뉘우친들 어이리

 

(해설)

술을 마시자. 한 잔 마시고 또 한 잔 마시자.
한 잔 마실 때마다 꽃잎 하나씩 떼어놓으면서 무진무진 마시자.

이 몸이 죽고 나면 지게 위에 거적을 덮어 무덤으로 가나,

화려한 상여에 얹혀 엄청난 사람들의 울음 속에 땅속으로 가나,

나무와 잡초가 무성한 곳에 묻히고 나면

누가 한 잔 하자며 말이나 걸겠는가.
게다가 무덤 위에 원숭이가 올라와

마구 짓밟아대며 휘파람을 불어댈 때

그 때 무덤 속에서 술 덜 마시고

저승에 온 것을 후회하면 뭣하나.

 

당대의 엄청난 술꾼(酒黨)

오죽하면 동갑 친구 이율곡이

'술을 줄이고 말을 삼가라'고 충고할 정도.

 

선조가 정철에게 은잔을 하사했다.

그가 술을 너무 자주 마시고 취해 있는 때가 많았기에

임금으로서도 그냥 두고만 볼 수는 없었던 까닭이다.

선조는 정철에게 '하루에 이 잔으로 한 잔씩만 마시라'고 했다.

 

정철은 집으로 돌아와 '작업'을 한다.

왕명은 지켜야 하고, 술도 마셔야 한다.

그는 선조가 하사한 술잔을 바닥에 놓고 안을 계속 두들긴다.

결국 술잔은 사발만큼 커진다.

철은 최대한 많은 술을 한 잔 안에 담기 위해.

 

충북 진천 사당

酒黨들

 

윤회(尹淮, 1380 ∼1436)는 조선 전기의 문신.

윤회는 당대의 주당으로

세종이 그의 건강을 염려하여

하루에 술 석잔 이상을 마시지 말라고

명령했을 정도로 술을 좋아했다고 한다.

 

풍류를 사랑한 왕자 - 양녕대군, 그의 술잔은 말가죽신 - 이사철

술정치의 대가 - 세조, 노여움과 슬픔을 달래준 술 - 김시습, 

왕위와 바꾼 평생의 친구, 술 - 월산대군

불세출의 여인 - 황진이, 안빈낙도의 표상 - 윤선도

 

김삿갓이 어느 여름날 고개를 넘다 목도 마르고 해서 주막에 들렀다.

김삿갓은 주모에게 탁주 한 사발을 청했다.

주모는 김삿갓의 초라한 행색을 보고 술값을 떼일까봐 걱정이 되었다.

그렇다고 너무 야박하게 내쫓는 것도 그렇고 해서

시큼하게 쉰 탁주를 한 사발 내 놓았다.

김삿갓은 더운 터라 탁주 한 사발을 한 모금 들이켰다.

그런데 그 맛이 시금털털하였다.

 

김삿갓은 주모의 마음을 알아채고는

괘씸한 생각이 들었지만

꾹 참고 탁주 값을 물었다.

주모는 탁주 값이 두 닢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김삿갓은 주모에게 네 닢을 주었다.

주모는 어리둥절해 하며, 네 닢을 준 연유를 물었다.

그러자 김삿갓이 말하기를,

“ 두 닢은 탁주 값이요,

나머지 두 닢은 초 값이요.”

양조장